열두 발자국 독후감, 줄거리, 내용 정리
안녕하세요. 오늘은 정재승 작가의 ‘열두 발자국’을 읽고 난 감상를 적어보려고 합니다. 뇌과학에 관심이 많은 분이나 심오하지 않은 일반 교양서를 찾으시는 분들은 ‘열두 발자국’을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은 12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각의 챕터는 강연 스크립트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고 강연의 주제와 챕터의 제목이 일치합니다. 12개의 강연 중에서 인상 깊게 본 내용을 중심으로 글을 진행하겠습니다.
그럼 바로 정재승 작가의 ‘열두 발자국’ 시작합니다.
책 프로필
- 제목: 열두 발자국
- 작가: 정재승
- 출판사: 어크로스
- 출판 연월일: 2018. 7. 2.(초판)
- 분량: 399페이지
- 가격: 16,800원
# 읽기 전
‘열두 발자국'’은 책을 처음 고를 때부터 생각이 많아지는 책이었습니다. 혹시 여러분들은 책을 어떤 기준으로 고르시나요? 어떤 사람들은 책은 모름지기 유익한 정보와 가치 있는 배움을 주는 매체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자기개발서나 에세이 위주로 책을 선택합니다. 저 역시 자기개발서나 에세이를 볼 때 느낄 수 있는 통찰이나 지적 쾌감을 즐깁니다. 이처럼 양질의 지식이나 깨달음을 얻는 것도 책을 읽는 주요한 목적 중에 하나입니다만, 저는 책을 고를 때 더 많은 비중을 두는 기준을 갖고 있습니다. 그것은 책 자체의 ‘재미’입니다. 부끄럽지만 저는 책을 철저히 흥미 위주로 보기 때문에, 책의 줄거리와 문체 및 소재 자체가 흥미로워야 책을 완독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선택하는 책 장르도 주로 소설입니다. 사실 책을 읽기 전에 흥미 있는 책을 고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100% 표지에 담긴 정보를 기준으로 책을 선택합니다. 표지로 책을 고른다면 제가 기대한 내용과 다른 책을 고를 확률이 꽤 높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의 표지만 보고 선택할 때 치명적인 장점이 있고 저는 이 장점을 포기하지 못해서 책의 표지만 보고 책을 선택하는 다소 비이성적인 방법을 고집합니다. 그 장점은 바로 평소의 저의 취향이라면 고르지 않을 다양한 글감을 접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다시 '열두 발자국'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이 책은 제 기준에서 그다지 달가운 책은 아닙니다. 표지 디자인과 책 표지의 문구가 이목을 끌지 못했기 때문에, 평소라면 아마 이 책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열두 발자국’ 같은 두꺼운 에세이를 읽을 때는 마치 쓴 약을 삼키는 기분이 듭니다. 다행히도 지인의 추천으로 쓴 약을 삼키는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처음 시간을 내서 책을 읽어야겠다고 결심했을 때 책 표지를 필 만한 용기가 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과제를 앞두고 느껴지는 부담감이 있었습니다. 다만 독서를 더 이상 미루지 않고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실행으로 옮길 수 있었던 동력은 다름 아닌 TV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평소에 미디어를 중립적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분명 그 영향력과 힘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알쓸신잡 같은 TV 프로그램이나 100분 토론에 나오는 정재승 교수의 모습을 보니 별다른 근거 없이 책이 궁금해지더군요. 이 사람이 화면 밖에서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어떤 철학을 갖고 있는지 책을 통해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은은하게 들었습니다. 또한 뇌과학이라는 주제가 세련되고 유익하다는 분위기를 풍겨서 교양을 쌓는다는 마음으로 책을 선택했습니다.
# 오일러 수
‘오일러 수’라고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만약 출근길 고속도로 광고판에 [오일러 수의 소수점 첫 10자리.com] 라는 문구가 덩그러니 있다면 이 광고판에 관심을 줄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만약 제가 이 문구를 봤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 합입니다. 의미 없이 냉장고를 열고 닫는 것처럼 쉽게 지나쳤겠죠. 설령 광고판에 그 어떤 자극적인 영상이 재생된다고 하더라도 SNS의 피드를 넘기듯이 무심하게 덮어버렸을 것입니다. 하지만 작은 궁금증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해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실제로 실리콘 밸리의 도로를 지나던 호기심 많은 사람들은 별다른 절차 없이 구글에 입사했습니다. 광고판은 실리콘 밸리에서 있었던 구글의 채용 시험이었기 때문입니다. 오일러 수는 자연로그의 밑(base)이고 3.14의 원주율처럼 소수점 아래로 끝없이 숫자가 이어지는 무리수라고 합니다. 익숙한 내용이어도 관심을 줄까 말까인데, 그것이 생소한 수학 개념이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지나쳤을 것입니다. 설령 관심을 갖더라도 어떤 실리도 가져다 주지 않는 숫자 놀이에 자신의 노력을 쏟는 사람은 더더욱 드물겠죠. 하지만 구글은 일상적으로 지나치는 것에 호기심을 갖고, 그 호기심에 기꺼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집요한 탐험가를 채용하기를 원했습니다. 위의 채용 방법은 구글의 목적을 실현하는 타당한 실험이었죠.
위의 오일러 수와 광고판은 작가가 프롤로그에서 언급한 흥미로운 채용 사례입니다. 이 사례를 언급하면서 그는 인간의 한 가지 재능에 대해 말합니다. 사람에게는 놀라운 재능이 많지만 그중 하나가 ‘강한 호기심을 느꼈으나 그것을 이내 억누르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일상을 살아가는 놀라운 억제력’이라고 합니다. 일상을 살면서 그것이 꼭 신비롭거나 이질적이지 않아도 물음표가 종종 머릿속을 스칠 때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는 짧은 시간의 경과와 함께 의문도 사그라듭니다. 의도적으로 그렇게 내버려 두기도 합니다. 궁금증을 파헤치는 경우는 오직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충분히 허락하는 상황과 해결 방법이 복잡하지 않은 상황이 맞물리는 경우입니다. 사실 어떤 의문이든지 답을 구하는 절차는 과거 10년과 비교해 보았을 때 놀라울 정도로 간소화되었습니다.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의 자판을 잠깐 두들기면 답을 얻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잔잔히 떠오르는 질문을 무심하게 지나치게 되는 것일까요?
# 물음표가 없는 삶, 새로고침을 위한 용기
"인생의 목표가 성공이 아니라 성숙이라면
우리는 날마다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인간이 가지고 있는 놀라운 재능은 우리를 타성에 젖게 합니다. 가끔은 이유를 알 수 없는 불만족감이나 무기력한 마음이 들 때가 있습니다. 문득 찾아오는 불만족감이나 무력감을 찬찬히 뒤쫓다 보면 제가 발견하는 것은 호기심이 부재한 삶입니다. 스스로 바라보는 자신의 삶이 즐겁지 않아 보일 때 가습이 답답합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탐구하고 도전하는 행동과 그것을 위해 기꺼이 시간을 쏟는 사람을 '멋있는' 또는 '바람직한' 등의 단어로 표현합니다. 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이 같은 가치관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존중하는 시선으로 스스로를 바라보려면, 언젠가는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생각 끝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넘어야 할 두 개의 산을 발견했습니다. 첫 번째 산은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가치관의 문제를 실제 세계에서 구체화할 계획을 만들고 그것을 실행할 동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미래와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입니다. 내가 들인 노력이 얼마만큼의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 낼지 모른다는 저울질이 행동을 더 주저하게 만듭니다. 이런 문제는 해결에 대한 강한 동기와 그것을 이끌어 갈 수 있는 힘이 중요하므로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의 저에게 '새로고침'이 필요합니다. 혹시 이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이 있을까요? 저는 책을 읽으면서 덮어두었던 고민을 덜어주는 힌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책에서는 한 사람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 즉 새로고침을 하는 것이 뇌과학적인 입장에서 구조적으로 어렵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선택할 때 작동하는 두 가지 뇌 영역이 있습니다. 하나는 '목표지향 영역'으로, 개인이 어떤 옵션을 선택할 때 그 결과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목표에 대해 생각하는 영역입니다. 목표지향 영역은 선택한 결과의 질과 양을 높이기 위해 애쓰는 역할을 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할 때 활발해집니다. 다른 하나는 '습관뇌 영역'으로 같은 것을 습관적으로 선택하면서 고민을 줄이고 안정적인 보장된 결과를 추구하는 영역입니다. 습관뇌 영역은 일상과 같이 반복되는 활동에서 그 활동에 투입되는 인지적 노력을 줄이는 역할을 합니다. 요컨대 중요하거나 처음 하는 선택일수록 목표지향 영역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습관뇌 영역은 반복되는 선택에 대해서는 습관이라는 행동 패턴을 만듦으로써 인지적 에너지를 줄이는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면 짜장면과 짬뽕을 고민할 때는 자연스럽게 습관뇌 영역이 사용됩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평소에 먹는 것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은 고민을 하더라도 자신의 메뉴를 선택하게 되죠. 그렇다면 생애 첫 소개팅에 어떤 옷을 입을지 고민할 때는 어떤 뇌 영역이 활동할까요? 당연히 새롭고 중요한 선택이므로 더 좋은 결괏값을 내기 위해 목표지향 영역이 움직입니다. 하지만 소개팅이 반복된다면 습관뇌 영역이 개입하기 시작하고 인지적 에너지를 쏟기보다는 평소에 반응이 좋았던 입던 옷을 입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어떤 학자들은 이렇게 습관뇌 영역을 통해 인지적 에너지를 줄이는 것이 일종에 생존전략이라고 주장합니다. 호기심을 덮어버리는 것과 생각이 필요한 작업을 귀찮게 여기는 것은 머리보다 몸을 쓰는 것이 중요한 원시 시대의 인간의 생존에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뇌가 그 용적 대비 압도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지 않다는 것이죠. 이러니 제가 점차 새로운 것에 도전하지 않는 것과 의문 없는 삶을 살아가는 것도 뇌과학적으로 타당한 삶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뇌과학적인 정보를 부가하여 더 세세하게 호기심이 부족 문제에 접근해 보겠습니다. 물음표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최소한 살면서 어떤 현상이나 물건에 대해 의문이 들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합니다. 하지만 습관뇌가 지나치게 활발하게 움직이기 때문인지, 최근에는 일상에서 궁금증을 느끼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답을 찾아 나서는 행동의 수요 자체가 줄어들었다는 것을 해결해야 할 문제로 설정하겠습니다. 살아온 세월과 경험이 쌓이면서 세상에 신기한 일이나 궁금한 점이 더 이상 없다고 변명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변명은 타당하지 않아 보입니다. 그 이유는 세상은 정말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고, 새롭게 태어나는 것들에 비해 내가 알게 된 것은 점점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 태어나는 세상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아이들처럼 눈빛을 반짝이며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탐구하려면 인지적 공간이 있어야 합니다. 이 공간은 습관뇌의 영향을 탈출할 만한 인지적 여유를 만듭니다. 하지만 인지적 여유는 현실의 여유에서 온다는 사실을 굳게 믿고 살아가는 세월이 거듭될수록, 미뤄둔 숙제를 시원하게 해결하는 것은 항상 뒷전이 됩니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던 어느 날 우리가 고여있고 지쳐있다고 느끼는 고리타분한 인생의 선배들을 거울로 볼 날이 오겠죠.
그래서 저는 청승맞게도 호기심이 없는 삶에 대해 걱정합니다. 물론 치킨이 없는 삶처럼 진심으로 걱정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앞서 말한 불편한 감정이 이미지와 함께 종종 떠오르곤 합니다. 그 이미지는 마치 네이버 클라우드와 비슷한데, 머릿속의 인지적 공간을 떠올리면 연상됩니다. 이미지 속 클라우드의 공간은 이미 가득 차서 넘치기 일보 직전입니다. 가득 찬 쓰레기통을 밟는 것처럼 억지로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도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새로운 것이 들어오려면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자료를 버려야 합니다. 컴퓨터는 쉽게 가능하지만, 사실 사람은 망각을 하는 방법을 모르고 살아갑니다. 물론 뇌는 쓰레기통처럼 들어갈 용량이 제한되어 있는 유연성 없는 고체 덩어리가 아닙니다. 다만, 당장의 삶을 살아가는 것에 지쳐서 더 포화된 공간을 그대로 방치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뇌의 목표지향 영역을 활발히 사용해 주어야 합니다. 습관뇌 영역이 아닌 목표지향 영역을 사용할 때 뇌에 저항이 있다는 것은 참 위로가 되는 말입니다. 변화와 도전에 대한 부담이 의지박약이 아니라 생물학적인 요인에 기인한다고 속삭이는 기분이 들기 때문입니다. 심리학에서는 몸에 근육이 있듯, 학습과 인지 활동에도 근육이 있어서 그것을 하면 할수록 역량이 향상된다는 이론이 있습니다. 우리가 하루에 인지 활동을 할 수 있는 양, 즉 사용할 수 있는 뇌의 에너지를 인지적 역량이라고 한다면, 이것 역시 더 자주 생각하고 더 많은 인지 활동을 통해서 성장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인지적 역량을 키우면 새로운 것을 탐구할 때 사용하는 인지적 에너지가 버겁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심리적 근육을 지속적으로 키워줄 연료를 얻는 것입니다. 연료는 도전하는 일에 몰두하게 만드는 흥미를 의미합니다. 흥미만 있다면 뇌의 터빈을 충분히 돌릴 수 있습니다. 먼저 흥미로운 일 또는 흥미 그 자체를 찾는 것이 뇌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중요하다는 것이죠. 꼭 새로운 일이 아니어도 반복되는 활동에 변화를 주는 것도 새로운 일을 하는 것만큼이나 탐구의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일상 속에서 성숙을 위해 필요한 일과 동시에 그 일에 변화를 주어 흥미를 느끼는 것이 호기심 없는 삶을 빠져나가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인 것 같습니다.
세상에는 물음을 가져야 할 대상이 여전히 많습니다. 그리고 그 물음 속에 혁신과 변화를 시작하는 열쇠가 있습니다. 단지 우리가 혁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뿐입니다. 질문을 던지지 않는 삶이 반복되고 타성이 생겨서 고여있는 삶이 되는 것을 막고자 한다면, 우리 삶의 ‘오일러 수’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보아야 합니다. 무심코 지나친 질문들은 없었나 일상에서 더듬이를 곤두세우고 감지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런 질문을 발견하게 된다면 귀찮음과 타성을 이겨내고 전략적으로 시간을 들여 그 답을 찾아보는 것을 권장합니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게 읽은 구절입니다.
"인생의 목표가 성공이 아니라 성숙이라면 우리는 날마다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의 목표가 사회적 성공이 아니라면, 무엇을 도전하고 탐구하는 활동 자체가 이미 우리에게 이롭다는 말입니다.
# 마시멜로 첼린지 – 계획과 실행 그 사이
‘마시멜로’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든 생각은 아이들의 만족지연과 삶의 성공을 연구하는 마시멜로 실험이었습니다.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참은 아이들에게 2개의 마시멜로를 주는 그 실험 말입니다. 하지만 책에서 언급하는 마시멜로 첼린지는 ‘피터 스킬먼’이 고안한 실험입니다. 마시멜로 첼린지의 룰은 다음과 같습니다.
- 처음 보는 사람 네 명이 둘러앉는다.
- 스무 가닥의 스파게티 면, 접착테이프, 실, 마시멜로 한 개가 주어진다.
- 위의 재료를 활용해 18분 동안 마시멜로가 가장 높이 위치하도록 만든 팀이 승리한다.
- 단 탑의 모양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고. 탑이 어딘가 기대지 않고 온전히 서있을 수 있어야 한다.
첼린지를 다양한 대상에게 실시하였고, 몇 가지 흥미로운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유치원생들이 MBA 학생들과 CEO의 무리보다 더 높게 마시멜로를 올려놓았다는 것입니다.
각각의 연구 대상이 첼린지를 수행한 과정을 살펴보면 결과를 납득할 수 있습니다. MBA 학생과 CEO 무리는 시도하기 이전의 계획에 많은 시간을 쏟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반면 유치원생들은 계획을 세우지 않고 일단 마시멜로 탑을 세웁니다. 계획이 없기 때문에 많은 시행착오가 발생합니다. 정해진 시간 안에서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고 탑을 보완해 나가는 방향으로 마시멜로 첼린지를 진행합니다. 그 결과 더 높은 마시멜로 탑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회사에서는 책임의 소재를 분명하게 하기 위한 목적이나 감사를 대비하기 위한 이유 등으로 철저한 계획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심지어는 계획을 벗어났을 때 책임의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래 계획을 고집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공든 탑이 항상 옳지는 않습니다. 특히 새로운 일에 도전할 때는 체계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 어렵습니다. 새로운 도전일수록 계획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 실험은 정해진 시간이 있을 때 계획에 너무 많은 시간을 쏟는 것은 효율적인 전략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 이유는 새로운 일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계획에 너무 많은 시간을 쏟은 나머지 계획을 완성시켜야 한다는 집착이 생기기도 합니다. 어떤 일은 간략하게 계획을 세운 후 시행착오를 통해 계획을 보완해 나가는 것이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한 전략입니다. 책에서 언급하듯, 처음 하는 일은 계획할 수 없습니다.
마시멜로 첼린지의 룰을 한 가지 추가하면 더 극적인 결과를 보입니다. 그 룰은 1등 상금을 추가하는 것입니다. 상금이 추가되는 순간 많은 팀이 아무런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기현상이 발생합니다. 아주 낮은 탑이라도 쌓으면 1등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지요. 다들 1등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무리한 계획을 세우기 때문입니다. 이 실험은 외부 동기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말고 무리한 계획을 세우지 말 것을 우회적으로 말해줍니다. 한 번에 큰 결과를 위해 중간 과정을 뛰어넘는 것보다는 여러 걸음으로 나누어 차근차근 중간 목표를 세워 나가는 것이 긍정적인 결과에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일을 시작할 때 계획에 너무 많은 노력을 들이는 행동과 그것에 부담을 느껴 시작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은 좋은 결과를 내는 데에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그것이 새로운 도전이라면 개략적인 틀을 마련하고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 좋습니다. 저 역시 인생에서 좋은 선택이었다고 평가할 만한 것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충동적으로 시작하고 곧장 실행에 옮겼던 것들이 참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 일이 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가치 판단이 완전히 서지 않은 상황에서조차도 일단 행동으로 옮기고 결정의 의미를 차차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실행하는 과정에서 외부 동기에 휩쓸려 무리한 계획을 세우지 말아야 합니다. 외부 동기에 지나치게 민감하기보다는 그 자체의 의미와 가치를 찾고 중간 목표를 세워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언제 마음속에 생각하고 있는 일을 언제 실행에 옮겨야 할까요? 사람마다 그리고 상황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책에서는 미국 해병대의 '70%의 룰'을 소개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실패와 위험을 오롯이 감수하지 않기 위해 90% 이상의 확신이 들어야 행동을 합니다. 하지만 미국 해병대는 70%의 주관적 확신이 있다면 그것을 실천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행동한다는 원칙이 있습니다. 나머지 30%에 대한 리스크는 자신의 직관을 믿고 계획을 밀고 나가는 추진력과 중간 결과에 대한 피드백을 바탕으로 보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강한 추진력으로 실행했을 때, 성공률을 높이는 방법도 있습니다. 성공의 확률을 높이는 사람들의 비결은 덮어놓고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실행의 중간 과정에서도 성실하게 의사결정을 위한 정보를 모은다는 점입니다. 사실 살다 보면 실행하고 열정을 쏟을 일을 찾는 것이 더 어렵다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행운이 따라서 그런 일을 찾는다면 주저하지 마시고 시도해 보는 것을 강력하게 권장합니다.
#. 고등 사고 - 후회
책에서는 우리가 특별히 생각하지 않는 후회라는 감정을 뇌과학적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선택과 관련해서 가장 인간의 고등한 능력 중 하나가 ‘후회하는 능력’이라고 합니다. 흔히 ‘후회’라는 단어는 실망이라는 감정과 유사하게 사용되지만 작가는 이 둘을 분명히 구별하고 있습니다. 후회와 실망을 구분하려면 논리적 비교가 필요합니다.
먼저 실망이란 선택지를 정한 후 그것을 선택을 하기 전에 기대한 것에 비해 결과가 못 미칠 때 우리가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입니다. 인간뿐만 아니라 많은 동물들이 실망이라는 반응을 보입니다. 예를 들어 쪼르르 앉아 있는 강아지가 3마리 있고 주인이 간식을 주는 상황을 가정해 봅시다. 첫 번째와 두 번째 강아지에게 주인은 간식 5개를 줍니다. 그리고 세 번째 강아지에게는 간식을 1개만 준다면 강아지는 분명 부정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간식은 그 자체로 +의 반응을 보이게 만드는 자극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했던 것보다 더 적은 결과가 돌아왔을 때 강아지가 느끼는 부정적 감정이 바로 실망입니다.
하지만 후회는 다릅니다. 먼저 후회는 2개의 선택지가 필요합니다. 두 개 중 하나는 내가 선택하고, 선택하지 않은 다른 하나의 진행 상황을 시뮬레이션을 돌려서 그 결과를 예상합니다. 그러고는 나의 현실, 즉 내가 선택한 옵션의 실제 결과와 선택하지 않은 옵션의 예상 결과를 비교합니다. 만약 내가 선택한 옵션의 결괏값이 더 낮을 경우 느끼게 되는 부정적인 감정이 후회입니다. 후회는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은 하지 못합니다. 후회라는 감정을 막상 기술해 놓으니 정말 고등의 사고를 요구하는 것 같습니다. 후회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요? 후회는 특정 선택 이후의 유사한 선택 상황에서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는 학습적 피드백을 제공합니다. ‘후회 없는 삶’을 살겠다는 것은 내가 선택한 것 이외에 다른 선택에 대해 고려하지 않겠다는 다소 무모한 표현일 수도 있겠네요.
후회의 메커니즘은 우리가 가장 최선의 방법을 탐색하는 데도 활용됩니다. 인간이 하는 합리적인 선택이란 지금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를 고려하여 각각의 선택지의 예상 결과를 시뮬레이션 한 후 가장 나은 판단을 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시뮬레이션이라는 것이 실제의 결과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지만, 우리가 선택의 교차로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지요.
안정적인 행복을 위해 우리는 습관과 경험을 활용하여 결정을 합니다.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또는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놓치지 말자’ 따위의 문구는 습관과 익숙함에서 인간이 행복을 찾기 어렵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더 행복한 삶과 인간적 성장을 위해서는 쳇바퀴를 깰 수 있는 뜻밖의 선택과 결정이 필요합니다. 인생은 고르고 둥근 원이 아니라 톱니바퀴처럼 오르락내리락 변화가 있을 때 더 풍성하고 다양해집니다.
# 창의성
창의성이란 흔히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모습이죠. 미디어에서는 분야에 처음 입문한 천재가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방법이나 생각을 해내면서 창의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그 분야를 오래 연구하거나 전공한 사람에게서 발전되었습니다. 창의적인 생각을 했을 때 뇌의 어떤 부분이 활성화될까요? 뇌 과학자들은 신경과학적인 접근으로 창의성에 접근했습니다. 그들은 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기 위해 fMRI 기계에 실험 참가자를 눕혀놓고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 순간을 촬영했습니다. 그 결과 창의적인 생각을 할 때 평소 신경 신호를 잘 주고받지 않던 영역이나 멀리 떨어진 부분들이 동시에 활성화되는 것을 알아내었습니다. 어떤 문제나 현상을 볼 때 한 가지 측면이 아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시각을 더하거나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생각을 연결 지을 때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생긴다는 것이죠.
책에서 정말 좋은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였습니다. 새로운 시각을 대입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DNA를 주제로 글을 써야 한다면 DNA에 관한 책을 참고하는 것은 사실성이나 전문성에는 도움을 줄지언정 창의적인 사고에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과학 도서나 생물과 관련된 저서, 즉 DNA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소재를 찾으려고 한다면 기존의 결과물과 유사한 글이 탄생하게 되겠죠. 대신 과학 서적이 아닌 문학 서적을 찾아볼 것을 제안합니다. 문학 서적에서 DNA를 설명할 수 있는 예제나 비유를 찾아 DNA를 설명하면 창의적인 표현들이 줄줄이 탄생한다고 합니다.
책에서는 창의적인 사고를 하는 전략을 한 가지 더 제시합니다. 지금 바로 십자가와 그 위에 달려있는 예수의 형상을 떠올려보시겠습니까. 그려보셔도 좋습니다. 단 예수 그리스도의 심경을 잘 표현하는 방법으로 생각하거나 그려주세요. 어떤 이미지가 탄생했나요? 저를 포함해서 아마 많은 분들이 정면에서 바라본 십자가를 그리셨을 겁니다. 몇몇 분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심경을 묘사하기 위해 고통스러운 표정이나 핏방울, 먹먹한 구름이 낀 날씨 등을 더 그리셨을 수도 있습니다. 생각 작업을 마쳤다면 살바도르 달리의 [십자가 성 요한의 그리스도] 그림을 보신 후 돌아와 주세요. 포스팅 아래쪽에 사진을 첨부하였습니다.
종교인으로서 그림을 보자마자 소름이 돋더군요. 그와 동시에 정말 창의적인 시각으로 그림을 그렸다는 감탄이 나왔습니다. 처음부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산해 내야 하는 과제는 심리적으로 큰 부담을 불러옵니다. 부담이 큰 이유는 우리가 창의력에 대해 ‘창조’라는 개념을 먼저 떠올리기 때문입니다. 즉 무에서 유를 새롭게 만들어 내려는 직관적인 이미지가 떠오르기 때문이죠. 하지만 기존에 존재하는 것을 약간 변형시켜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도 창의적 사고의 한 방법입니다. 이와 비슷하게 다른 사람의 사고방식을 그 사람이 적용하지 못한 영역에 적용해 내는 것 역시 창의적인 활동입니다. 기존의 것이나 다른 사람의 지적 과정을 내가 활용한다면 분명 나의 사고방식이나 색채가 묻어나 나만의 것이 탄생할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창의적인 사고나 창작물을 활발히 생산해 내기 위해서는 통찰을 얻을 수 있는 환경과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작가는 자신과는 전혀 다른 사람 또는 그런 세상을 충분히 경험하고 그곳에서 얻은 통찰을 다른 장소나 환경에서 흉내 내라고 권장합니다. 다만 결과물을 흉내 내는 것이 표절과 모방이라면 그 사고방식을 흉내 내면서 자신의 색채를 입히는 것은 나의 창작물이 되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 자신의 색깔이 충분히 더해진 것은 나의 이름표를 당당하게 붙일 수 있는 창작물이 될 수 있습니다.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과 함께 정재승 작가의 '열두 발자국' 독후 감상을 마치겠습니다. 주저리 주저리 머릿속에 든 내용을 배설해 놓은 느낌이 들지만, 여러모로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과와 서재
공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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