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교육학

뇌는 어떻게 정보를 처리할까? 정보처리이론

by 벌레책 2022. 12. 19.

뇌는 어떻게 정보를 처리할까? 정보처리이론

  안녕하세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인지주의의 철학을 토대로 뇌의 정보 처리 과정을 탐구하는 정보처리 이론(Information-Processing Theory)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인지주의를 지향하는 학자들은 행동주의 이론처럼 학습이 단순히 환경의 자극이나 행동 후에 발생한 결과에 따라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인지주의는 인간 내부에서 일어나는 인지적 과정, 즉 사물을 인지하고 기억하고 해석하여 다시 인출하는 방법을 강조합니다. 따라서 그들은 인간 외부의 자극과 반응이 아닌 인간 내부의 인지과정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학습의 발생 과정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하였습니다. 그 결과로 만들어진 이론이 바로 정보처리 이론입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정보처리 이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정보처리 이론

1. 개요

  정보처리 이론은 새로운 정보를 지각하고 그것을 기억하고 다시 활용하는 과정에 대한 것으로, 학습자의 내부에서 학습이 발생하는 기제를 설명하는 이론입니다. 정보처리 이론은 정보 저장소와 인지처리 과정이라는 두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정보 저장소는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온 정보를 각각 저장소의 특성에 따라 일정 기간 보관하는 곳입니다. 정보 저장소에는 감각기억(감각등록기), 작업기억(단기기억), 장기기억이 포함됩니다. 인지처리 과정은 한 정보 저장소로부터 다른 정보 저장소로 정보가 이동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정보처리과정-흐름도-지각-기억-작업기억-장기기억-순서
정보처리과정 흐름도

2. 정보 저장소

  1) 감각기억(Sensory register, 감각등록기)

  감각기억은 사람이 주변 환경으로부터 감각 수용기관을 통해 습득한 정보를 최초로 저장하는 곳입니다. 사람의 감각 기관인 눈, , 피부, , 귀 등으로부터 셀 수 없이 많은 정보가 들어오는데, 감각기억에서는 이 자극을 아주 정확하지만 매우 짧은 시간 동안 저장합니다. 시각 기억은 약 1초의 시간을 저장한 뒤 소실되고, 청각 기억은 약 4초의 시간 동안 감각기억에 머물다 소실됩니다. 우리 눈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정보를 포함하여 정말 많은 정보들이 들어오지만 대부분의 정보가 잠시 뒤에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반면에 청각 정보는 비교적 긴 시간 동안 저장되어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더라도 2-3초 전에 들은 내용이 번뜩 생각나는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감각기억은 기억 용량의 제한이 없다고 하지만, 주의와 지각을 통해 처리되지 않는 정보는 짧은 시간 안에 소실됩니다.

 

 

  2) 작업기억(working memory, 단기기억)

  작업기억은 단기기억(short-term memory)이라고도 불리는데, 감각기억을 거쳐 투입된 정보가 약 20초 정도 머무르는 공간입니다. 일반적으로 작업기억의 저장 용량은 7±2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즉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작업기억에는 5-9개의 단순 정보가 20초 정도 기억될 수 있습니다.

  또한 작업기억은 정보를 선택하고 조직하는 역할을 합니다. 우리가 바탕화면에 프로그램을 띄워놓고 작업하는 것과 비슷하게, 머릿속에 정보를 띄어놓고 인지활동을 하는 행위가 바로 작업기억을 사용하는 행위입니다. 작업기억에 단순히 정보를 유지할 때는 5-9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지만, 적극적인 정보처리를 할 때는 단 2-3개의 정보만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습니다. 흔히 우리가 멀티태스킹이 잘되지 않는다는 것은 한 가지 정보를 적극적으로 처리하느라 작업기억의 공간을 다른 정보에 할애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작업기억의 뚜렷한 한계를 개선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작업기억은 인지적 부하에 의해 쉽게 한계를 맞이합니다. 인지적 부하는 우리가 사용하는 인지적 에너지의 양을 의미합니다. 어떤 정보가 처리되기 위해 많은 인지적 에너지를 요구한다면 우리 뇌가 겪는 인지적 부하가 크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인지적 부하를 줄여주는 방법을 통해 작업기억의 한계를 개선할 수 있습니다. 인지적 부하를 줄이는 대표적인 방법은 청킹과 자동화가 있습니다.

  • 청킹: 청킹은 유사한 정보들을 각각 단일 항목으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크고 의미 있는 단위로 묶어서 처리하는 정신 과정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사과, 포도, 키위라는 정보를 각각 처리하지 않고 ‘과일’이라는 범주로 묶어서 생각하는 것은 청킹 전략을 활용해 인지적 부하를 줄이는 인지적 행위입니다.
  • 자동화: 자동화는 자각이나 의식적인 노력 없이 수행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을 의미합니다. 자동화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운전면허를 따고 처음에 운전할 때와 운전 경력이 쌓이고 나서 운전할 때의 인지적 노력을 비교해 봅시다. 처음에는 온갖 내부 및 외부 요인에 신경을 쓰느라 운전하는 시간이 피로하게 느껴집니다. 반면 운전이 익숙해진 후에는 운전의 대부분의 과정을 인지적 노력 없이 해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의식적인 노력 없이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자동화입니다.

  3) 장기기억(Long-term memory)

  작업기억을 거쳐 장기기억까지 정보가 도착했다면 해당 정보는 장기기억에서 영구적으로 보관됩니다. 장기기억은 무한한 용량으로 정보를 영구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습득한 지식은 단일 기억으로 장기기억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서로 관련을 맺으며 체계적인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저장됩니다. 따라서 학습자가 어떤 방법을 사용하여 정보를 구성하느냐에 따라 학습의 질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장기기억은 학자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분류하지만, 대표적으로 명시적 기억과 암묵적 기억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 명시적 기억: 명시적 기억은 의식적 기억으로 다시 일화기억과 의미기억으로 나뉩니다. 일화기억은 개인의 경험과 관련된 기억으로 여러 감각정보가 함께 기억되기 때문에 에피소드 형식으로 저장된 기억입니다. 의미기억은 사실이나 개념과 같은 언어 지식에 대한 기억을 의미합니다.
  • 암묵적 기억: 암묵적 기억은 무의식적 기억으로 점화, 절차기억, 고전적 조건형성으로 나뉩니다. 점화란 특정 개념을 떠올릴 때 무의식적으로 활성화되는 관련 기억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축구를 떠올릴 때, 특정 축구선수가 함께 따라서 떠오른다면 이것은 점화에 의한 기억입니다. 절차기억은 운동 기술이나 습관과 관련된 기억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익숙한 운동 동작이나 습관적인 행동을 할 때 의식적 과정을 거치지 않고 수행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무의식적으로 동작을 수행할 수 있는 이유는 암묵적 기억으로 절차기억이 뇌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고전적 조건형성은 주로 특정 정서반응과 관련됩니다. 파블로프의 개가 종소리만 듣고도 침을 흘리듯, 우리는 살면서 고전적 조건화에 의해 무의식적인 학습을 하게 됩니다. 어떤 사람이 고양이에 대한 공포가 있으며 그 이유는 모른다고 가정할 때, 자신도 모르게 고양이에게 공포 반응을 유발할 만한 정보를 학습해 온 것입니다. 이와 같은 정보는 고전적 조건형성에 저장됩니다.

 

3. 인지처리 기제

  인지처리 기제란 뇌의 각각의 정보 저장소에서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방법과 관련된 개념입니다. 일반적으로 인지처리 기제는 주의, 지각, 시연, 부호화, 인출 순서대로 발생합니다. 이번에는 각각의 인지처리 기제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주의

  주의란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오는 수많은 자극 중 특정 자극에 의식적으로 초점을 두는 정신적 행위를 말합니다. 주의는 일종의 거름체같이 중요한 정보를 식별하고 그렇지 않은 정보를 걸러내는 기능을 합니다. 주의는 흔히 말하는 주의 집중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아무리 주의 집중이 좋은 사람도 한 가지 물체에 영원히 집중할 수는 없는 것처럼, 주의는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그 용량과 지속성에 한계가 있습니다. 또한 주의는 한 자극에서 다른 자극으로 쉽게 옮겨질 수 있습니다. 유능한 교육자는 학습자의 주의가 분산되지 않도록 필요 없는 자극을 최대한 제거하고 전달하려는 내용에 주의 집중을 유지할 수 있도록 수업을 구조화합니다.

 

 2) 지각

  지각이란 자극의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해석하는 정신적 활동입니다. 지각은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자신의 인지적 역량 안에서 대상의 의미를 부여하는 활동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지각은 사람의 사전 지식과도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3) 시연(rehearsal)

  시연이란 작업기억 속에서 특정 정보를 계속해서 되풀이하는 인지 전략입니다. 시연을 더 많이 반복할수록 더 오랫동안 정보를 기억할 수 있으며, 시연을 짧은 시간 내에 여러번 수행하는 집중학습보다는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실시하는 분산학습이 기억에 더 효과적입니다. 시연은 작업기억에서 특정 정보가 소실되지 않도록 유지하는 기능(기계적 시연)과 유지된 정보를 장기기억으로 전이시키기는 기능(정교화된 시연)이 있습니다. 기계적 시연은 정보를 그 형태에 상관없이 반복적으로 되풀이하는 정신적 행위입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의 전화번호를 잊지 않기 위해 되풀이하는 것은 기계적 시연입니다. 정교화된 시연은 정보의 연합과 심상(image)을 통해 기억하고자 하는 새로운 정보와 기존의 정보를 연결시키는 인지적 활동입니다. 예를 들어 아동이 '닭'이라는 개념을 기억하기 위해 새의 이미지를 활용한다면 이것은 정교화된 시연이 됩니다.

 

 

  4) 부호화(Encoding, 기호화)

  부호화는 작업기억의 정보를 장기기억으로 이동시키는데 사용하는 대표적인 전략입니다. 새로운 정보를 유의미하게 기억하기 위해서는 그 정보를 장기기억 속에 존재하는 기존의 기억과 연결시키는 방법을 사용해야 합니다. 그 대표적인 방법이 바로 부호화 전략입니다. 부호화 전략에는 정교화, 조직화, 맥락화, 심상형성, 초과반복학습 등이 있습니다.

  • 정교화(eleboration): 정교화 전략은 새로운 정보에 의미를 추가하거나 그 정보를 기존 지식과 연결하는 과정을 통해 의미를 부여하는 전략입니다. 이 전략은 선행지식에 영향을 받는데, 새로운 지식과 관련된 선행지식이 많을수록 새로운 정보의 의미를 심화시키고 확장시킨 형태로 기억할 수 있습니다.
  • 조직화(organization): 조직화 전략은 각각의 정보를 공통되는 특성을 기준으로 묶어서 기억하는 것을 말합니다. 조직화의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범주화(clustering, 군집화)입니다. 범주화는 기억하려는 개별 정보들을 의미적으로 일관성 있는 범주로 묶는 기법입니다. 예를 들어 도표나 개요를 작성하거나, 무작위로 나열된 단어를 관련성 있는 것끼리 묶어서 배열하는 전략이 조직화 전략의 구체적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맥락화(context): 맥락화 전략은 관련 장소, 느꼈던 감정, 함께 있었던 사람 등 물리적, 정서적 맥락과 해당 정보를 연결하여 기억하는 전략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국어 시간에 배운 단어가 평소에는 생각나지 않다가 국어책을 핀 순간에 기억이 났다면, 해당 단어는 맥락화 전략을 사용하여 저장된 정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심상형성(visual imagery): 심상형성 전략은 정보를 시각적인 이미지로 변형하여 기억하는 전략입니다. 예를 들어 언어 정보를 이미지와 연결해서 기억한다면 두 가지 부호를 기억한다는 점에서 더 많은 인지적 부하를 야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두 가지 부호가 있다는 것은 그것을 회상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두 개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심상형성은 정보의 회상률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 초과반복학습(over-learning): 이 전략은 완전학습이 된 정보를 그 이상으로 학습하는 전략입니다. 초과반복학습은 이미 학습된 정보를 그대로 여러번 되풀이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재조직하여 변형시키는 학습을 통해 더 깊은 이해와 기억을 증진하는 방법입니다.

  5) 인출(retrieval)

  인출이란 장기기억에 저장되어 있는 정보 중에 현재 필요한 정보를 의식 수준에 떠올리는 능력을 말합니다. 우리가 특정 정보를 장기기억에서 인출하기 위해서는 인출단서(retrieval clue)’가 필요합니다. 인출단서는 장기기억에 저장되어 있는 정보에 접근하기 위한 실마리나 힌트를 말합니다. 인출단어가 많을수록 우리는 쉽게 해당 정보를 꺼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인출단서가 없다면 정보가 장기기억에 저장되어 있어도 기억해 낼 수 없습니다.

  인출과 관련하여 부호화 특수성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는 정보를 부호화할 때의 맥락과 정서가 그 정보를 인출할 수 있는 효과적인 인출단서가 된다는 것입니다. 즉 부호화 특수성은 기억하는 상황과 가장 유사한 상황이 가장 인출하기 좋은 환경이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떤 실험에서는 잠수부들에게 6미터 아래의 바닷속에서 일련의 단어를 제시하였는데 그들은 물 밖이 아닌 깊은 바닷속에서 해당 단어를 더 잘 기억했습니다. 이 실험은 인출 조건이 부호화 조건과 일치할수록 더 쉽게 인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6) 망각

  망각은 장기기억에서 보관하던 정보를 소실하거나 인출할 수 없게 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망각은 크게 두 가지 요인으로 발생합니다. 먼저 정보가 소실되는 경우로 망각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전 학습이 새로운 학습을 방해하여 망각(순행망각)이 발생할 수도 있으며 반대로 새로운 학습이 이전 학습에 영향을 주어 망각(역행망각)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두 번째는 인출 실패로 망각이 발생하는 경우입니다. 이는 인출 부분에서 언급했듯이, 특정 정보와 관련된 인출단서가 존재하지 않을 때 망각이 발생하게 됩니다.

 

 

4. 메타인지

  메타인지는 제3자가 되어 모든 사고 과정을 위에서 내려다보듯이, 자신의 인지과정을 자각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메타인지가 발달한 사람은 같은 조건에서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많은 학습 성취를 이뤄냅니다.

  메타인지가 잘 발달한 사람은 주의 집중을 위해 효과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잘못된 지각을 점검하여 옳은 지각으로 학습자를 안내하며, 정보와 상황에 적절한 인지 전략을 선택하고 활용하여 그 정보를 효과적으로 장기기억으로 보낼 수 있습니다.

  메타인지의 주요 기술은 계획(planning), 점검(monitoring), 평가(evaluation)입니다.

  • 계획: 계획은 문제 해결에 필요한 전 과정을 어떻게 진행할지 미리 결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 점검: 점검은 현재 자신이 수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 평가: 평가는 사고의 과정과 결과에 대한 가치판단을 내리는 것입니다.

 

인지주의-정보처리이론-포스팅-대표이미지
인지주의 정보처리이론

 

  이상으로 정보처리 이론과 관련된 개념을 모두 다루었습니다. 정보 저장소부터 메타인지까지 많은 내용이 있었습니다. 유익한 시간이셨기를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과와 서재

공부 끝.

댓글